2020 제11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2020 제11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읽기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봤다. 소설은 회사 생활을 하는 데는 썩 쓸모가 없다. 퇴근 이후와 주말의 삶을 위한 것이다. 되려 그래서 소설 읽기가 소중하다. 소설을 읽으며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상상해보고, 느껴보고, 연습해본다. 삶이란 너무나도 예기치 못한 일의 연속이여서, 나중에 소설 같은 상황을 만났을 때 이런 연습이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강화길 - '음복'
4남매의 막내 아들로서 매우 매우 찔리는 작품이다. 무지가 권력임을, 나 역시 집안에서 귀찮은 걸 미루었기 때문에 집밖에서 많은 걸 해낼 수 있었다.
#최은영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작가 노트까지 읽고 나면 '용산 참사'에 대한 작가의 부채 의식이 강하게 느껴진다. 용산을 중심으로 인물을 엮는 소설적 구성이 현실과 유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비극과 우연은 언제나 나의, 가족의, 주변의 일이다. 이 소설을 읽는 중에도 이천에서는 38명이 화재로 죽었다. 국가의 폭력에 의한 것이든 자본주의의 비용 절감에 의한 것이든 죽은 사람은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이들이었다.
#이현석 - '다른 세계에서도'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작품이다. 낙태죄 위헌이라는 역사의 변곡점을 통과하며 반드시 나왔어야 할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옳다고 여기는 거랑 말해져야 하는 게 늘 같을 수는 없"다는 문장 속의 신념의 문제와 당위의 문제를 왔다 갔다하며 고개를 몇 번이나 저었는지 모른다.
#김봉곤 - '그런 생활'
퀴어가 한국 사회에 정면으로 나오는 이 시대에 김봉곤은 소중한 작가다. 자전적 글쓰기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한국 사회와 한국 문학 속에서의 퀴어를 이해하는 데에 이 작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앞으로 더욱 쏟아질 퀴어 문학에 주목하고 대비해야 한다. '오늘만 게이할 거 아니다'는 작가 인터뷰는 LGBTQ를 트렌드가 아닌, 같이 사는 존재로서 먼저 여기게끔 해준다.
#김초엽 - '인지 공간'
집단의 보편성 속에서 개인의 특이성을 잊으면 안 된다는, 반복적으로 제시되었을 실존적 질문을 다시금 상기해주는 작품이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작가와 새로운 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알게 해주는 소설이다. 김초엽은 몇 년 안에 크게 하나 터뜨릴 것 같다.
#장류진 - '연수'
공감 정도로만 따지면 이 작품을 으뜸으로 뽑고 싶다. 운전 연수라는 소재로 이만큼의 이야기를 뽑았으면 훌륭하다. 소설집을 찾아서 읽게 만드는 작가는 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다. 작가가 이 소설로 대단한 문학적 성취는 거두는 것은 어려웠을지도 모르지만, 즉 이 작품이 문제작이나 대작은 못되지만, 분명 다른 작품도 재밌을 거라는 믿음을 주었다.
#장희원 - '우리(畜舍)의 환대'
해외에서 느끼는 이질감과 은근한 동화와 어긋남이 두루 느껴지는 작품이다.
연휴 숙제 하나 또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