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 실격은 희극 명사이며 유의어는 상실 반의어는 적격
young9oo
2018. 5. 26. 18:15
실격은 희극 명사이며, 유의어는 상실, 반의어는 적격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人間失格)이 익살을 연출하는 우스운 인간에 관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실격이 희극 명사임을, 요조가 세상과의 관계가 끊어졌다는 점에서 상실이 유의어임을, 그의 존재가 세상의 기준에 어긋나지 않았다면 관계를 유지했을 점에서 적격이 반의어임을 알 수 있다.
교환학생 시절, 일본인 친구와 바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초 햄버거만 먹고 도서관으로 돌아오려고 했던 계획과는 달리 대화가 길어졌다. 일본문학에 관해 말하다가, 친구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언급했다. 고등학교 시절, 수업 시간에 수업은 듣지 않고 이 소설을 몇 번이고 읽었다고 했다. 그 이후로 친구가 했던 말이 계속 맴돌아, 며칠 전에 이 책을 빌려서 읽게 됐다.
읽어보니 확실히 사춘기 소년이 특히 좋아할 만한 소설이다. 그러나 누구나 겉과 속이 다른, 요조의 면모를 지니고 있으니 사춘기가 지난 사람도 재밌게 읽을 소설이다.
요조의 생각에 많이 공감하면서도, 이 소설이 내 공허한 마음과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슴이 저리기보다는 웃음이 터졌고, 나와 세계와의 관계에서 거짓보다 진실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고, 세상 기준과 어느정도는 맞게 살고 있다고 여겼다. 내게 '실격'이 희극 명사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