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떠남 혹은 없어짐 ㅡ 죽음의 철학적 의미 - 유호종] 죽음에서 찾는 삶의 의미

young9oo 2018. 6. 15. 23:48

떠남 혹은 없어짐 ㅡ 죽음의 철학적 의미 - 유호종







책세상 문고 시리즈를 정말 좋아한다. 얇아서 갖고 다니면서 읽기도 편하고, 한 번 다이제스트된 교양서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우며, 한 주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해준다. 책세상 문고로 문제의식을 갖고, 참고 문헌을 읽는 식으로 공부하면 좋다. 두꺼운 단행본으로 시작하는 것보다 부담감도 적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라는 물음에 답을 찾고자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이런 질문이 삶에 대한 고민과 직결된다고 한다. 죽음을 어떻게 생각흐나냐에 따라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가령, ① '죽음 후는 무(無).'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삶에서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고자 할 것이다. 천국이나 지옥 같은 사후 세계나, 환생은 없기 때문이다. 반면, ② '죽음 후는 천국 혹은 지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삶에서 사후 세계를 고려해서 살 것이다. 선행을 쌓거나, 종교를 믿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①을 주장하지만, 이는 단순하게 결론지을 수 없는 문제다. 논리적,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문제이고, 설령 ①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아니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인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이 책은 논증과 비유로 ①의 타당성을 검토하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죽음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평소 자살에 대해 생각했을 때, 생(生)의 가치값이 죽음의 가치값보다 작다면,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한 논의 역시 이 책에 있는데, ①에 대한 논의처럼 간단하지 않다. 생과 사를 어떻게 비교하느냐에 따라 가치값의 비교 결과도 달라지고, 죽음의 내재적 가치를 따지느냐 마느냐에 따라서도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 삶은 죽음보다 가치 있는가? 연명할 가치가 있는가? 잘 모르겠다. 아직 젊으니까 개인, 가정, 사회에서 내 가치를 키우고 증명할 기회는 많다고 생각한다.



책의 논의와는 별개로, '나를 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가족 그리고 내가 죽었을 때 슬퍼할 친구들, 은사들 등이 내 삶을 지탱한다. 즉 인간관계가 내 삶을 유지케하는 것이다.


자살 위험자에게 "죽으면 슬퍼할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일면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죽기 일보 직전의 사람이라면 이런 조언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런 사실조차 잊었거나, 잘 안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 사람에게는 더는 의미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을까? 아무도, 구조의 희망도 없이, 태양계의 한 행성 위에서 존재가 의미가 있을까? 삶의 의미가 있을까? 더 생각해볼 문제다.